살처분
파주사람ㆍ에세이 | 작성일: 2019-10-07 07:36:54 | 수정일: 2019-10-07 07:39:57
살처분
시인 전종호
자료사진>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살처분되지 않으면 도살되는 축산피해 동물의 현실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우리 마을에 돼지열병이 돌고 있어
마을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했다
살처분이란 멀쩡히 살아있는 것들을
선제적으로 '살殺'해서 땅에 묻는 것인데
인간이라고 무슨 권리로 살아 펄펄 뛰는 돼지를 떼로 강제로 살殺할 수 있는지
들리는가 저 비명 소리 살殺할 시간도 없이
생매장 당하는 공포의 현장을 상상해 보라
이 섬뜩하고 엄청난 말들을 아무런 통증없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해도 괜찮은 것인지
공교롭게도
우연히 마주친 여인들을 십 수회 넘게
끔찍하게 살殺해서 도랑이나 숲에 유기한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검거로
떠들썩한 화성판 추억의 TV를 들여다 보면서
묻고 싶다
당하는 자의 입장에서
연쇄살인과 살처분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