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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숭어의 길 - 박노해

파주사람ㆍ에세이 | 작성일: 2019-10-01 01:41:22 | 수정일: 0000-00-00 00:00:00

은빛 숭어의 길

 

  

 

박노해

 

 

그 가을 고향 갯가에 노을이 질 때

나는 마른 방죽에 홀로 앉아서

바다로 떨어지는 강물을 바라보았지

 

숭어들이 눈부신 은빛 몸을 틀며 

바다에서 강물 위로 뛰어오르는 걸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지 

 

그렇게 거센 물살을 거슬러

숭어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나는 몸을 떨며 지켜보고 있었지

 

가도 가도 어둠 깊은 시대를 달리며 

절망이 폭포처럼 떨어져 내릴 때면

그날의 은빛 숭어를 떠올리곤 했었네

 

가난한 사람들이 벼랑 끝에서 떨어져 내릴 때

인간성이 급류에 휩쓸려 무너져 내릴 때

나는 그 은빛 숭어의 길에 대한 믿음 하나 

끝내 버릴 수 없었네

 

급류로 떨어지는 물기둥 한 중심에는

강력한 상승의 힘이 들어 있어

거세게 떨어지는 중력을 상쇄하는

가벼운 나선의 길이 숨어 있다고,

물질세계가 추락할 때 그 한 중심에는

정신의 상승로가 내재되어 있다고

 

지금 모든 것이 무너지는 정점의 시대에

더 높은 인간성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신비한 기회의 길이 내재되어 있다고

나는 은빛 숭어의 길에 대한 믿음 하나 

끝내 저버리지 않았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은빛 숭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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