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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메아리 [4] 동네 서점이 있는 동네는 정말 좋겠다.

파주사람ㆍ에세이 | 작성일: 2017-03-28 14:56:00 | 수정일: 0000-00-00 00:00:00
 


동네 서점이 있는 동네는 정말 좋겠다.  

이제는 ‘파주’ 하면 출판도시라는 이미지가 으레 떠오른다. 그렇지만 이 도시에서 출판된 책이 머무는 곳, 책방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써 찾은 책방에서도 소위 잘 팔린다는 자기계발서나 학습서가 주를 이룬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책방은 보고 싶은 책이 가득한 간이 도서관 같은 곳이었다.

 

어느 날 문발동의 한 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였다. 땅콩문고라고 쓰인 이색적이고도 귀여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주택가, 골목 안 모퉁이에 숨어 있는 작은 책방, 이곳에 사람이 오긴 올까? 궁금증을 마음에 품고 한참이 지나서 다시 책방에 문을 두드렸다.

 

이름 모를 조용한 음악을 벗 삼아 책방 안으로 쓱 들어섰다. 가만히 책방을 둘러보는데, 어떤 손님이 오자마자 허리를 숙여 웬 상자의 문부터 열고 본다. 상자 겉에는 손글씨로 적힌 이름표가 붙어 있다. 자세히 보니 개인이 신청한 도서 택배함인가보다. 주인은 책방에 없는 책이라도 손님이 원한다면 그게 문제집이든, 만화책이든 괘념치 않고 며칠 내로 구해서 알려준다고 한다. 일부러 찾아와서 도서함을 확인하다니. 요즘 같은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난다. 모름지기 책은 직접 펼쳐보고 사야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법이지만 고백하건대, 나조차도 이용하기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에 의지해 책을 샀었다.



 

괜스레 마음이 동해서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진열대와 눈싸움을 해본다. 진열대엔 인문학책을 기본으로 그림책, 문학책, 실용서 등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따로 책 분류가 없는 탓에 처음 온 나는 이내 지고 만다. 규모가 큰 서점의 진열대 구성에 길들어진 탓일까.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꼈다면 괜찮다며 주인은 심적 부담을 덜어주었다. 단순히 책만 사는 공간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책방으로 만들고 싶다는 주인의 소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갓 10개월이 지난 땅콩문고는 다양한 변화를 꿈꾼다. 비정기적이지만 소규모 체험이나 강연 같은 모임을 여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이곳을 찾는 이들도 책을 사러 왔다기보다 책을 읽고, 한편에서 차 한 잔을 즐기기 위해 동네 책방을 찾는 듯 보였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자연스럽게 발 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표지가 예쁜 책 한 권, 봄에 떠나기 좋은 책 또 한 권을 집었다. 오늘 밤은 책 읽는 재미에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동네 서점이 있는 동네는 정말 좋겠다.

이웃들이 전하는 삶의 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져 희망찬 내일이 되길 바라며

 

유수연 시민기자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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