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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듯 스며든 : 감정에 초점을 맞추다 - 이경희 사진작가 초대전

입력 : 2019-10-28 02:11:56
수정 : 2019-10-28 02:21:53

<예술은 나눔이다>

스치듯 스며든 : 감정에 초점을 맞추다

- 이경희 사진작가 초대전

 

 

▲ #1. 바람이 스치다 Archival pigment print_61×86cm_2019

 

작업노트

<스치듯 스며든>

  나에게 오십 줄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굵고 짧게 군더더기 없는 삶을 꿈꿨기에...

그런데 어디 삶이 뜻대로 되던가

몇 번의 좌절과 상실을 겪고나니 어느덧 오십이었다.

 

나를 말하자면 내 삶은 서툴다이다. 일도 사랑도 감정표현도 전부 다 서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게 된 것은 마흔 줄에 찾아 온 그와 함께 하면서 부터다.

균형감 있게 묵묵히 받쳐주었기에 서툴고 모지리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고,

비로소 그냥 젖어들고 스며드는 삶을 즐길 수 있었다.

 

젖어든다, 스며든다, 물들어간다, 닮아간다 와 같은 현재진행형 표현들이 좋다.

그래서 어느 날 책에서 발견하게 된 마음은 기본적으로 동사다라는 문장을 담게 되었고,

스치고 흔들리고 스며드는 가변적인 모습들을 사진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장면들이지만 잉여이미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떨림과 끌림의 공명으로 내 마음에 스며든 이미지들이기 때문이다.

 

대상의 재현보다는 내 감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것을 통해 다면적인 감각들이 스치고 서로에게 스미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치듯 스며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스치면 인연이고 스며들면 사랑이다라는 어느 광고카피처럼...

 

이경희.

 

 #6. 하늘닿는꿈 Archival pigment print_41×61cm_2019

'지극정성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라는 말을 자주듣곤해요. 모든일에 정성을 다하면 꿈이 하늘까지 닿아 있겠지요?

그래서 저의 생활 모토는 '정성''재미'여요.

마르셀뒤상은 '살아있는동안 그림이나 조각을 만드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내인생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창조하기위해 노력한것이 가장 만족스럽다'라고까지 말했다고해요.

이렇듯 자신의삶을 진정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창조하기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이 모두의 궁극적 목표 아닐까요?

꿈이 하늘까지 닿길 바래요^^

 

Archival pigment print_61×86cm_2019#7. 사랑미용실

  사랑은 언제나 옳다?!

운행이 중단된 경원선 철도 신망리역에서 '사랑미용실'을 만난 날,

2층창가에 머문 빨간 노을의 그리움과

빨간 간판의 설레임은 나의 시간을 멀게하였다.

이제 폴이 니나를 구할 차례이다.

찌찌의마술봉이 4차원으로 통하는 문을 열면 폴의 미라클대작전이 시작된다.

스며든사랑과 프레임너머의 환상을 위해 대상보다는 내 감각에 초첨을 맞추었다.

지난주말 다시찾은 신망리역앞 그 자리엔

새하얀 간판의 부대찌개집이 들어와있었다.

'사랑미용실'은 이제 4차원나라의 역사가 되었다.

 

권홍 작가의 추천글

어느 주말 늦은 오후의 섬진강 변 시골 초등학교.지난 봄 아우성치며 떨어지는 왕 벗 꽃잎들의 자취도, 으레 운동장이면 공놀이 하며 노는 아이들도 없다.

학교 운동장 한 켠에 그네가 있다.그네는 최근에 새 단장을 했는지 빨강과 초록색으로 물들어져 있다.

그녀가 그네로 다가간다.잠시 그녀와 그네 사이의 침묵.그 짧은 순간을 무엇이라 표현할까.대상에 대한 열렬한 사랑 그리고 갈구의 감정이라 해두자.이내 셔터가 끊어지고 그 풍경은 사진의 평면으로 옮겨졌다.
 

▲ #9. 너를 담다가 너를 닮아가. Archival pigment print_51×76cm_2019


우리는 사진이란 흐르는 시간을 정지시켜 잘라낸 순간의 재현이라 믿는다. 그래서 흔히 결정적 순간에 매달린다. 결정적 순간만이 사진미학이 추구하는 최상의 경험적 가치임을 믿으면서..사진에서 결정적인 순간만이 중요할까?결정적 순간의 그 전과 후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

이 물음은 바로 사진에서 기존의 초점이 이성적 직관에서 상상력으로 옮겨감을 의미하는 것이다.멈추어 서 있는 지금 이 두 쌍의 그네에 방금 전 시간에는 누가 탔을까.. 그리고 지금 이후에는 또 누가 이 그네를 타게 될지..상상은 많은 생각과 이야기 그리고 감정들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때때로 결정적 순간 전, 후를 담은 사진은 결정적 순간보다 더 많은 시각적 은유를 가져다 주곤 한다.사진은 사실적 재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그것은 재현으로서만이 아니라 사진가의 꾸준한 감정을 내포하는 직관적 사유의 언어다.

스치듯 스며든 이경희작가의 사진들은 프레임 너머 바깥의 상상의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녀가 시각적 닮음을 벗어나 스치듯 스며들듯이 사진 속에 담았던 그 풍경으로부터 우리의 과거와 미래의 추억 여행은시작되는 것이다.

권홍, 사진가/ ()스피드게이트 대표 / 사진집단일파(일산파주) 대표 / 사진협동조합 (시옷)’ 이사
 

 

▲ #14.춤이답이다. Archival pigment print_41×61cm_2019

태속에서 반으로접혀 뻘건 엉덩이부터 거꾸로 세상에 온 날, 어머니에게 의사는 춤을 가르치라고 강권하였다고한다.

그 당시 쥐꼬리만한 군인아버지월급으로 무용교습소는 높은담이기도했고 약골이라 움직임자체를 제어받으며 자랐다.

유연했던 사지는 그래서 점점 화석이 되어갔다.

태중에서부터 춤을 추고싶은 DNA를 갖고 태어났으나 오십줄이 넘어서야 내 무의식속 욕구를 알아차릴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굳어진 몸뚱아리는 춤하고는 거리가멀었다.

몸치탈출을 시도는 하나 고관절만 아우성칠뿐이다.

그때 만난 이미지이다.

딱딱한 돌담에 갖힌 담쟁이덩굴, 떼어내주려보니 어찌나 강력하게 붙어있는지 화석이 된듯하다.

해질녘 빛을 받은 덩굴가지는 하얀 장삼입은 승무춤사위다. 자유함이다.

그 순간 '그래~춤이 답이었구나' 깨닫는다.

삶의 장단과 흥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그 순간이 진정 자유함이다.

내 다음생엔 꼭 춤꾼이 되리라..다짐한다.

이십년지기 언니를 십년만에 만났다. 이 사진을보자마자 '람림'이 떠올라 마음에 꽉 들어찼다고한다.

''은 길이라는 산스크리트어이고 ''은 단계라는 말로 깨달음으로 이르는길을 말한다. 수행에 이르는길, 수행의 몸동작이 곧 ''이라는이야기이다.

내 오십 한이 풀리는 순간이다.

이렇게 통하나보다. '춤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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