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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책꽂이]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입력 : 2019-09-05 08:29:18
수정 : 0000-00-00 00:00:00

 

[신간책꽂이]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이재연, 소동출판사)

 

 

나도 곧 할머니가 되겠지!’

어느 새 쑥쑥 자라 엄마만큼 키가 커진 큰아이를 볼 때마다 부쩍 드는 생각입니다.

 

다가올 미래 모습을 상상합니다.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할머니가 되면, 흙을 만지고 식물을 기르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야지.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이어가려면 책과 신문도 챙겨서 읽어야겠지? 멀리 사는 친구와 연락하려면 SNS 계정 하나쯤 활용해야 할 테고. 내면을 갈고 닦아서 존재자체로 빛나는 사람이 돼야지.’

 

우리 동네 파주에는 멋진 할머니들이 참 많습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함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들입니다. 가까이에 롤모델로 삼고 싶은 할머니들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이재연 할머니의 첫 책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책에는 저자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60여 점의 그림이 글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옛 시골 마을의 풍경은 어땠는지, 계절에 따라 모내기부터 추수와 탈곡, 새끼 꼬기 등 농사일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할머니가 아이였을 때는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옛것이 사라지는 건 슬픈 일이야.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열한 살 작은아이의 소감입니다. 아이는 할머니의 큰 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장면에서 울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이재연 할머니의 그림이 올라올 때마다 친정 엄마에게 보여드렸습니다. 그동안 이재연 할머니의 그림을 줄기차게 봐온 엄마는 신윤복 화집이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일흔이 넘어 면사무소에 있는 작은도서관에 다니고 평생교육원에서 서화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친정 엄마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좋은 책 한 권이 주는 선한 영향을 실감합니다. 고향에 계신 엄마에게 신윤복 화집과 함께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를 보내드려야겠습니다. 친정 엄마도 이재연 할머니처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노년의 삶을 꽃피우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저도 조만간 다가올 노년의 삶이 이재연 할머니를 닮아가기를 꿈꿉니다.

 

김정은 <엄마의 글쓰기> 저자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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