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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고니의 텃밭일기 <43> 우유처럼 하얀 놈이랑, 숯덩이처럼 검은 놈

입력 : 2019-09-05 03:37:57
수정 : 0000-00-00 00:00:00

히고니의 텃밭일기 <43>

   우유처럼 하얀 놈이랑, 숯덩이처럼 검은 놈

 

▲ 무럭무럭 자라는 옥수수 

한 솥 가득 물을 끓였다. 소금을 넣고 옥수수를 삶는다. 우유처럼 하얀 놈은 덜 익은 녀석이고 숯덩이처럼 검은 놈은 다 익었다. 누리끼리한 녀석까지 섞여 들어갔다. 그사이 서고문님이 어제 자장면 봉사하고 일부러 가져다준 밀가루 반죽을 소주병으로 밀고 칼로 썰어 칼국수면을 만들었다. 꼬부라진 오이 두개가 공수되고 직접 갈아온 콩국물에 얼음을 띄워 콩국수 다섯 그릇이 만들어졌다. 올해 처음 삶은 옥수수를 먹겠다며 콩국수를 조금씩만 먹어서 새끼를 낳은 겨울이가 면을 특식으로 먹었다. 후식으로 망고 수박을 먹었다. 기가 막히다.

 

최대한 늦장을 부려 집을 나섰다. 집앞 빈밭에 옆집 할머니 들깨 모종을 내신다. 오백평도 넘어 보이는 밭이다. 힘들어 죽겠다 하시며 개나리보다 더 노오란 참외를 내미신다. 동네 옥수수밭은 벌써 옥수수 수확을 하는데 주인이 보이질 않는다. 지난번 봐 두었던 옥수수 밭에 진출했다. 산모퉁이 밭에 부부가 들깨 모종에 물을 주고있다. 휴대용 버너위에 삶아놓은 옥수수 두개를 금새 먹어 치우고 옥수수 두자루를 샀다. 사거리에서 차를 돌려 다시 밭으로 갔다. 따놓은 옥수수 열한자루를 몽땅 차에 실었다. 인천서 농사지으러 파주까지 오신단다. 연락처를 주고 받고 계산을 했다.

 

내가 심은 옥수수 밭에 풀도 자르고 깜부기도 떼어주었다. 깜부기병이 생기면 옥수수 열매가 자라지 못한다. 돌려짓기를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오전이 금방 지나갔다. 마른 장마에 습도만 높아 불쾌지수가 엄청나다. 옥수수를 팔고 옥수수 배달을 가는 김에 어머니께 토마토를 택배로 보냈다. 참외랑 호박도 한개 넣었다. "시골도 먹을것이 많은디 멋헐라고 거시기를 이렇게 많이 보냈냐? 팔아서 괴기라도 사먹제!" 어머니 말씀이 들리는거 같다. 노인정에 가지고 가서 나누어 드셔요.

 

이천평 밭에 고라니 방지망을 다 치지 못했다. 철조망을 무시하고 다닌다. 이녀석들 밭에와서 이것저것 다 따먹고 영역표시까지 해놓았다. 현수막과 차광막까지 동원해 밭 전체를 둘러쳤다. 입구에는 문까지 달아서 멧돼지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이젠 다른 밭에서 먹이를 해결하겠지? 화전 일구는 사람들 드디어 강적을 만났다. 고봉산에 멧돼지라니. 솎아서 심은 옥수수가 소나기 두번에 모두 자리를 잡았다. 질소 맛을 보여줬다. 모기 소리와 함께 날이 저물었다.

 

여름 더위를 이기는 음식이 있다. 보리는 성질이 차겁지만 잘 익혀 먹으면 좋다. 미숫가루로 먹으면된다. 옥수수 자두 포도 감자 열무 모두 더위에 좋은 음식들이다. 수박과 참외도 갈증을 해소하고 몸에 열을 내린다.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않다. 복숭아도 여름에는 꼭 먹어줘야 한다. 옥수수 산다고 카톡에 글 올리고 저녁때까지 밭에 나타나지 않은 두 사람 때문에 한자루는 강매 한자루는 협찬으로 정리했다. 오늘도 덥다는데 고추가 익어간다. 고추밭 줄을 치고 토마토 따서 택배 좀 보내야겠다. 도시농부 히고니 오늘도 밭으로 간다.

     
#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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