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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배리어 프리" 기차여행

입력 : 2019-05-13 09:42:12
수정 : 2019-05-13 09:57:42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배리어 프리" 기차여행

 - 국내 유일 장애인개그맨 한기명씨 제안으로 시작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자!-배리어 프리 운동 첫걸음 

 

 

 

 

지난 511일 토요일 뇌병변 장애인 한기명(26)씨의 제안과 기획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배리어 프리 기차여행"을 양평 세미원으로 다녀왔다. 이번 배리어 프리 기차여행은 한기명씨와 수아 통역사인 파주공정포럼 사무국장 장수미씨의 인연으로 파주공정포럼과 함께 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 팀원은 장애인 6, 비장애인 6명으로 구성되었다, 뇌병변, 지적장애,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으로서는 파주공정포럼 회원과 청년동화 독서모임의 청년들이 함께 했다. 이 중 수동휠체어와 전동 휄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분 2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 날을 위해 많은 분들의 후원이 있었는데. 특히 정동균 양평군수와 박현일 군의원의 따뜻한 관심으로 장애인 콜택시 2대와 스타렉스 1대를 지원받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었으며, 해설사와 함께 하는 세미원 관람과 연카페에서 긴 시간 동안 지하철을 이용한 일행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시원한 연잎차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중증 장애인들은 휠체어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식당 이용의 제약이 많기 때문에 미리 점심 식사할 곳을 찾아 예약해 주는 등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 그 밖의 사업비는 키다리 펀딩과 경기공정포럼이 후원했으며, 어느 개인의 적지 않은 후원도 있었다. 또한 이 날 파주공정포럼 강석훈 회장은 아버지와 같은 따뜻하고 자상한 마음으로 팀원과 함께 하였다.

자칭 파주시의 인싸! 한기명씨는 국내 유일무이의 장애인 개그맨이다. 그는 7살때 학원차 사고로 뇌병변의 장애를 갖게 되었으며 현재는 강남 공연장에서 개그맨 김영희, 정재형, 이용주, 김민수(캐니), 박철현 등 유명 개그만 8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Stand up코미디 공연을 하고 있다. 한기명씨는 사고로 하루 아침에 장애인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과 인식들에 많은 상처를 받아 자살 시도도 해 본적이 있다고 했다. 그 고통에 대해선 더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한기명씨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나의 장애가 변화되어 나아질 수 없는 거라면 차라리 나의 장애를 즐기자!" 그 뒤로 한기명씨는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살기로 결심하고 세상 속으로의 당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세상 일에는 변화될 수 있는 것과 변화될 수 없는 것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한기명씨는 변화될 수 없는 일로 고통스러워 하기보단 변화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기로 한 것이다. 그가 장애인으로 살면서 가장 많은 절망감을 느꼈던 것은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편견 된 시선이었다고 한다.

배리어 프리란 장애인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움직임을 말한다. 생활공간은 물론,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없애자는 뜻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범한 일상을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한기명씨가 만들고 싶은 세상이다.

그는 또래 청년들과 매주 청년동화라는 독서모임과 행복한 마술학교에 다니며 마술을 배우는 등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으며, 지역사회 파주에서 장애인을 위한 여러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 참여를 하고 있다. 한기명씨의 개그공연과 여러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주변에서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장애인에 대한 편견 된 시선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번 배리어 프리 여행에는 한기명씨의 청년동화 독서모임 멤버 박주성과 엄요셉 두 청년이 지원군으로 참여했는데, 이들로 인해 여행의 분위기가 더욱 활기찰 수 있었다. 이들도 한기명이라는 사람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 수 있었다고 한다. 한기명씨는 개그와 사회 참여로 묵묵히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된 이번 여행은 즐거움은 기본이고 다부진 목표가 있었다. 장애인이 대중 교통과 공공의 장소를 이용하면서 생기는 불편한 점들을 체크해보자는 취지이다. 12명의 팀원은 배리어 프리 운동의 첫걸음을 땐 것이다. 실제로 장애인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동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지하철 이용에 있어서 휄체어가 있을 공간이 많이 할애되지 않았다. 또 지하철 내부에 있는 기둥과 지하철 승 하차 플랫폼 사이의 공간이 좁은 곳이 있어서 전동 휄체어가 끼는 사태가 발생이 되기도 하였다. 보호인이 없었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세미원을 관람할 때에도 휄체어 전용 길이 없어 편치 않았다. 역시 보호인 없이는 자유로운 관람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애인과 함께 이동 하면서 비장애인으로서는 알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들이 연속되자 전동 휄체어를 이용하는 상훈씨는 민폐가 걱정된다며 지하철 이동 내내 조심스러워 했다. 우리 옆에 서 있던 60대로 보이는 여성은 중증 장애인 미영씨를 보고 조금 놀랐던지 처음엔 걱정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미영씨를 쳐다 보았다. 그러다 우리가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영씨랑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얼굴이 점점 평온해지는 것을 보았다. 그 분은 순간 마음 속에서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다가 이내 장애인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뀐 듯 싶었다. 이번 여행 동안 미영씨는 많이 힘이 들었을 것이다. 대중 교통을 4시간씩 타고 이동한다는 것은 중증장애인으로서 매우 고단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배리어 프리 특공대가 되어 대중 속으로 함께 들어 갔다. 의외로 사람들의 시선은 따뜻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미 장애인들과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른다. 사회의 물리적, 제도적 장벽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필자도 장애인과 함께 여행을 가고 친구가 되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였다. 예쁜 하율이는 우리를 즐겁게 했고 지적 장애인 선애씨는 어린 하율이를 보살폈다. 쌍둥이로 태어난 뇌병변1급 장애를 가진 중학생 정근이는 기명이형과 요섭이형, 주성이형을 아주 좋아했다. 한창 사춘기 소년이라서 반항끼가 아주 귀엽다고 말들을 했다. 선애씨는 혼자서 양수역까지 왔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가면 시사회 영화를 보러 갈 것이라고 한다.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끼리 저녁을 먹으면서 이번 여행에 대한 소감을 서로 나누어 보았다. 저녁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주성씨는 자신에게 힐링된 시간을 줘서 고맙다고 톡을 보내왔고 상훈씨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보호가 아니라 친구로 함께 해주는 친구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강석훈 회장은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말고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로서 바라봐 주어야 한다고 했다. 또 장수미 국장은 이 여행 프로젝트가 몸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에게 여행의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일반인들의 동호회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관계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나눌 수 있다는 사례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이번 여행은 장애인 한기명씨의 리드로 다녀 왔다. 그래서 비장애인인 우리가 해야할 일은 생각보다 없었다. 장애인 당사자인 한기명씨의 절실함이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사회의 일원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장애인들의 소박한 소망을 대변하는 기명씨의 개그는 웃음 뒤에 숨겨진 절박함이다. 독일의 거리에서는 휄체어를 참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장애인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만큼 장애인들에게 편리한 환경이 만들져 있고 사회 참여의 기회도 많이 주어 진다는 뜻이다. 파주공정포럼은 앞으로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연 4회 배리어 프리 여행을 계속할 예정이다. 봄 여행이 지났으니 여름여행을 기대해 본다. 파주공정포럼은 한기명씨의 바램대로 우리나라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과 물리적 환경 개선을 위해, 사회 약자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고양시 소셜기자단 유영희 >

<배리어 프리 기차여행 1회 참여자>

한미영 (뇌병변1/ 휠체어)

조정근 (뇌병변1/ 도보가능)

황선애 (지적3/도보가능)

진하율 (청각20/ 도보가능)

이상훈 (뇌병변2/ 휠체어)

한기명 (뇌병변)

장수미(수화통역사 / 파주공정포럼 국장)

강석훈(파주공정포럼 회장)

엄요셉(동화청년 독서모임)

박주성(동화청년 독서모임)

유영희(파주공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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