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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로부터...사랑 평화 통일 환경 -조신호 초대전

입력 : 2018-12-07 12: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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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로부터...사랑 평화 통일 환경 

 

조신호 초대전/2018.12.01-12.17/금보성아트센터

 

50*73 아크릴 

 

내가 조신호작가를 알게 된 때는 1985년 서교동 한강미술관에서 열린 '푸른깃발'전에서였다.

당시 한강미술관은 새로운 미술을 꿈꾸는 청년작가의 요람이었다. '푸른깃발'전은 의식있는 대학생을 학교별로 엄선해 많게는 3-4, 적게는 1-2명을 추천 받아 초대한 '미술대학 연합기획전'이였다. 그 당시 조신호는 학생신분임에도 청년미술관 주최 '전국 신진작가'로 선정된 유망 작가였다.

 

1985년은 사회적으로 5월 광주항쟁이 미국의 묵인내지 방조했다는 책임론이 나온 시기였다. 855, 5개 대학 70여명의 대학생들이 서울 을지로 미문화원을 기습 점거하고 광주항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촉구했다. 이때까지 긴 시간 전두환 정권에 무력했던 문화예술계는 침묵의 시대였다. 그러나 미술계에서 처음으로 청년작가들이 그 당시 금기시했던 현실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했다.

 

80*130 아크릴 
 

작가들은 성장사회에서 오는 고립된 인간과 성찰에서 벗어나 시대정신에 눈을 뜨면서 분배와 성장이라는 현실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이에 조신호는 기존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던 미학을 버리고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는다.

 

19857, 젊은 작가들에 의해 기획된 '20대의 힘'(조신호가 소속한 '서울미술공동체'회원들이 추동한 전시였다)이 전시 중 불온한 작품들이 걸렸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전시장이 봉쇄되고 24점의 작품이 압수, 철거되고 작가가 연행된 사건이 보도된다.

 

마침 쫒기듯 군대에 간 조신호는 '20대의 힘'전에 참여는 못했지만 항상 젊은 작가들과 함께 하였고 노력하였다.

 

이 여파로 19851124일 작가, 평론가들이 모여 '민족미술협의회'를 만든다. (후에 사단법인화) 1986년엔 인사동에 전시장인 '그림마당 민'을 만든다. 작가와 평론가들이 모여 작가단체를 만들고 갤러리를 만든 경우는 세계 미술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그림마당 민'은 작가와 평론가 손으로 만든 최초의 대안공간이었다.

 

따져보면 이런 일에 보이지 않게 힘을 주고 참여했던 작가가 조신호이다. 이 같은 작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였다. 우린 이런 민미협 선후배 사이로 30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다.

그러나 오랜 인연과 달리 '푸른깃발'전 이후 미술운동의 선상에서 그의 작품을 본 기억은 별로 없다. 조신호는 미술운동이 한참 불붙을 때 군에 입대를 했고 제대 후 복학하여 학생운동에 간여한 사정 때문이었다.

 

1986년부터 1993년 초까지 내가 인사동 민미협과 그림마당 민에 근무했던 당시는 민중미술이 가장 왕성하던 시기이다. 그 중심에 빠진 작가는 초기 미술운동에 참여했지만 대학 졸업 후 지역으로 내려가 경기도 부천에서 미술학원과 학교 강사, 시민문화예술단체와 기획사를 차린다. 미술, 영화, 국악, 연극, 대중음악 등을 기획하며 그 지역 일꾼들과 지역 현장 문화운동을 전개했다.

 

80*130 아크릴 
 

그는 제대 후 홀로된 아픔과 시대적인 고민으로 3번이나 작품을 불태우며 새로운 작업을 모색한다.

 

'슬프기도 했지만 새로운 마음을 잡아가는데 큰 다짐도 되었습니다. 작품을 태우는데 하나도 아깝지가 않았어요.'

 

그동안 명분에 휩쓸려 그렸던 그림들을 정리했다. 작가는 부천에서 살다 17년 전, 2000년 초 추운 겨울에 혼자된 아픈 마음을 위로하며 파주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운명처럼 파주 DMZ를 만나게 되고 생태적 환경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고 주변에 눈을 돌린다. 고난에 빠진 동물들을 위로하고 구조해 치료 후 자연에 방사하며 오히려 자신이 위로를 받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파주 DMZ는 남북이 별 다툼 없이 공존하는 탓에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생태적 환경이 되었다. 남북 갈등이 은폐되어 평화의 장막이 숲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8년간 생태현장을 들여다보고 모니터링하면서 작가는 물 만난 고기가 되었다. 환경을 보전, 보호, 구조, 감시하는 모니터링을 통해 이곳의 미래는 평화뿐이란 사실을 발견한다.

 

65*100 아크릴 
 

작가는 이런 경험으로 지구의 환경이 인간이나 동물이나 점점 고달픈 삶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다함께 생존하기 위해선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여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체와 함께 전략을 짜야하는 공동체적 운명'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간을 믿을 수가 있을까?

 

작가의 작품을 보면 영국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을 연상한다. 베이컨은 고기와 형상과의 관계를 통해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작가이다. 베이컨 그림에 나타난 인간과 동물은 아름다움보다는 처절함이다. 조신호의 작품에서 종종 비슷한 그림을 발견한다. 동물을 인간의 정령이라고 믿는 베이컨이나 조신호는 혹시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DMZ를 다닐 때 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는 특별한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 초월의 힘을 용납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을 함부로 '구분하고 결정하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는 인간을 끝없이 불안한 존재로 본다. 지구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용하는 공통영역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불안한 존재로 본 베이컨과 같다.

 

작가는 DMZ 경계선에서 인간을 끝없이 되돌아 본다. 인간은 부조리한 게임을 통해 전쟁을 일으키고 자연을 훼손하여 결국은 자멸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작가는 파주 18년 생활 중 DMZ 8년 모니터링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베이컨 같이 긴장감 주는 그림이 아닌 따뜻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그동안 작가는 패러디 작업을 통하여 평론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DMZ의 생태와 평화, 통일을 희망적이고 재미있는 패러디로 나올 것을 기대한다.

 

작가는 그동안 그의 작품과 활동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가 되어 있다. 앞으로 큰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작가는 항상 웃는다. 웃는 모습만 본 나는 그의 과거가 그리 순탄하지 않았음을 잘 안다. 그러나 역경 없는 작가가 있는가? 나는 그의 환한 미소에서 작가의 꿈을 읽는다. 조신호의 꿈은 누구나 잘사는 유토피아적 세상이다. 하찮은 나무 한 그루와 풀 한포기, 여린 풀벌레와 코끼리까지 다 함께 사는 그런 이상향이다.

 

그러나 천박하고 불합리한 제도에 때로는 극단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릴 수 있다. 이런 그림도 그에겐 유토피아적 꿈의 반영이다.

 

오늘도 불어오는 바람이 잔가지 사이를 건들일 때 작가는 상처 받을 수 있다 싱그러운 햇살만이 그를 보호할 수 있으리라

 

곽 대원 (미술평론가, 1995년 제 1회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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