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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리뷰 <32>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열린 마음 아닐까? - ‘잘가라 원자력’을 논쟁하며

입력 : 2018-10-22 17:47:16
수정 : 2019-01-19 14:18:50

흔한 고딩의 같잖은 문화리뷰 <32>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열린 마음 아닐까?

- ‘잘가라 원자력을 논쟁하며

 

초등학교 학급회의 시간에 우리는 종종 다퉜다. 문제 제기가 되었고, 대안이 나왔지만 그게 웃기다고 생각했고, 지적을 하면, 그럼 니는 무슨 생각이라도 있냐, 이런 식이었다. 말하자면 내 의견을 비웃으려면 내 의견보다 나은 대안을 가지고 오라는 사람과 모르겠고 그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부회장으로서 분필을 쥐고 그 유치뽕짝 말다툼을 들으면서 반장과 선생님의 중재를 기다렸다. 아무튼 학급회의 시간은 되게 웃기고 지루했다.

머리가 좀 컸지만 문제를 해결할 때 사람들의 모습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의욕을 가지고 대안을 내놓는 사람, 그리고 그 대안에 불만을 가지던가 혹은 허점을 지적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간과하던 대부분의 조용한 사람들까지. 탈핵 문제를 다루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논쟁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그 말다툼과 다른 이유는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말하는 사람과, 그냥 그게 싫어서 사사건건 시비거는 사람... 아무튼 여러 유형이 있었다.

핵발전소는 위험하다, 가동을 중지하라!라고 했을 때, 그럼 전기생산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은 사실 진짜 전기생산을 걱정하는 건 아니다. 이전에는 설득되는 면이 없지않아 있었는데, 조금만 공부해도 알 수 있었다. 한전직원이더라도 그런 걱정은 미리 하지 않는다. 가동 중지가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눈깜빡하면 되는 것도 아니고... 저건 그냥 시비였다. 핵발전소 가동중지가 그렇게 비전이 없는 대안이 아님에도 별로 관심조차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 그냥 잘 모르고, 싫은 마음에서 나온 생떼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에게는 설득이라는 의도와 의무가 지어지기 때문에, 의견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귀찮지만 대안이 꼭 필요했다. 잘가라, 원자력에서 보여준 독일의 탈핵 과정은, 대안과 대안과 대안의 연속이었다. 그런 대안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모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해결할 거라는 의지와 믿음이 있어야 했다.

우리에게 대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쉬운 방법인 그대로 있기를 택하는 것이다. 에너지와 환경 측면에서는 직접적인 영향이 덜하다는 이유로 그런 모습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내가 공부한 우리 사회는 언제나 불평불만하며 움직이고, 그 움직임으로 부당과 불의를 몰아내곤 했다. 늘 그랬으니, 계속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조은 (파주에서 Teen기자)

 

#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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