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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현 박사의 통일 문화 산책 ⑦ 사드 용쟁호투

입력 : 2015-04-08 11:20:00
수정 : 0000-00-00 00:00:00

사드 용쟁호투  /  미 · 중이 한국에서 싸우다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용쟁호투가 벌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국내적으로는 안보세력과 대기업세력의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기이한 점은 국내의 안보세력이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의 피습사건을 핑계삼아 군수산업체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의 숙원인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 중국이 문제삼고 나서고 여기에 미국이 대응하면서 세계적 쟁점으로 비화된 셈이다.

 

사드배치 공론화를 주도하는 새누리당

사드 문제의 이슈화는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와 나경원 국회 외무통일위원장이 총대를 멨는데, 여기에 김무성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유승민은 청와대와의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로 4월 1일 의원총회에서 사드 배치를 관철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청와대는"미국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한미 간 협의도 없었고,이에 따라 결정된 것도 없다"는 이른바 3 No 입장인데,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분란을 일으킨다면서 불쾌감을 표현내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재계도 이 싸움에 끼어들었다. 재계는 언론을 상대로 중국이 경제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이 받을 타격이 심대하다는 점을 전파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인 보복조치를 하지 않아도 몇몇 매체만 동원해 한국을 비판하기 시작하면 그것으로 중국에서 장사는 끝이고, 한류도 순식간에 싸늘해질 거며 백화점과 시장 등 국내 유통업계를 먹여살리고 있는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면서 우리 경제는 미증유의 혼란상태에 빠져들 것이라고 한다.

 

열강의 쟁투장이 된 한국

도대체 사드(THAAD)가 뭐길래 이런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가? 사드는 지상 150 km 이상의 고(高)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무기(MD)이다. 아직 요격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레이더의 탐지능력은 반경 1000km 내에 있는 골프공 날아가는 것까지 추적할 정도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배치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은 악착같이 하겠다는 것이고 중국은 이를 절대 용인 못하겠다면서 용호상박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반대가 유례없이 강한 것은 사드의 뛰어난 레이더 성능으로 인해 수도 베이징을 포함한 전략적 요충 지역이 고스란히 미국에게 노출돼 중국 안보가 심대한 타격을 받을 거라는 우려때문이다.

 

중국은 군 관계자뿐 아니라 외교부 나아가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총출동해 사드의 한국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류젠차오 외교부 차관보가 방한해 중국이 한국의 최대교역국임을 강조하면서 사드 도입시 경제보복이 뒤따를 것임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미국 또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니얼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급히 보내 한국 관계자들을 만나게 했으며, 합참의 스틸웰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사드는 지역방어의 핵심요소로서 한국의 안보에 더 기여할 수 있다"며 공개리에 압박했다. 점잖기로 알려진 조셉 바이든 부통령까지 나서"미국 반대편에 배팅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대놓고 협박할 정도이다. 여기에 점입가경으로 러시아까지 가세하면서 한반도는 열강의 쟁투장이 됐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24일 사드 배치는"그러잖아도 안보 분야 상황이 복잡한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겨날 수 있다"며 이를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논평을 발표했다.

 

 

 

시민이 나서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사드 배치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북한 핵무기는 6자 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폐기하는 게 답이지, 사드를 배치해 요격하겠다는 것은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군비경쟁만 촉발시키게 된다. 우리가 앞장서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의 핵심인 중국 견제의 첨병을 자처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미국의 전략대로 동아시아가 미국-일본-한국 대 중국-러시아-북한의 대치구도로 전개될 경우, 남북한은 양 세력의 첨병으로서 엄청난 희생을 치를 개연성이 높으며 그만큼 통일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런 희생을 치르면서잘못된 미국전략을 맹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시민이 나서야 한다. 이번 싸움은 승산이 있다. 시민이 나서서 이 싸움을 정리해야 시민의 발언권이 센 건강한 대한민국이 된다.

 

백장현

정치학박사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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