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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42> 찢어진 우산과 엄니

입력 : 2019-06-28 08:53:07
수정 : 2019-06-28 08:56:48

히고니의 텃밭일기 <42>

 

                   찢어진 우산과 엄니

 

 

소나기가 내렸다. 다들 우산을 챙겨 학교엘 간다. 초등학교 1학년 꼬마도 책보를 허리춤에 둘러맸다. 우산을 찾는다. 대나무로 만든 파란 비닐 우산만 남았다. 우산도 성하지 않고 찢어진 비닐 사이로 하늘님이 보일 정도다. 엄마는 빨리 학교에 가라고 보챘다. 학교까지는 30분은 걸어 가야하고 중간에는 징검다리도 건너야 한다. 동네 입구까지 갔다. 하늘이 구멍이라도 났는지 소나기는 황순원의 것보다 쎄게 왔다. 옷이 다 젖었다. 학교 가는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기억이 없다.

 

1971년 한창 새마을 사업을 할 때다.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굶던 시절 미국 놈들이 주는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배급하고 수제비며 국수 칼국수를 먹어야 한다고 노래까지 만들며 독려했다. 보리밥 먹는 사람이 신체가 건강하단다. 하긴 보리도 없어 보릿고개를 넘기며 살아온 사람들. 시멘트도 정경유착의 산물이겠지?

 

엄니는 찢어진 비닐 우산을 아들에게 내주면서 어떤 마음 이었을까? 또 비를 흠뻑 맞고 집으로 되돌아온 아들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젖은 옷을 벗기며 몸을 닦아주고 하루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며 타이르셨을 거 같다. 개근상이라도 타야 큰사람이 된 줄 알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 하는 게 없는 것이 장점이었던 시절 같다.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고 텃밭에는 작물보다 풀들이 훨씬 더 잘 자란다. 모처럼 멀리 연천까지 진출해 점심을 먹었다. 라벤더농장에서 향기도 감상하고 머리도 식혔다. 또 일터에서 풀과 씨름 해야지. 비만 오면 오십년 가까이 된 찢어진 우산 생각이 나서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지금 우산은 너무 많아서 탈이다.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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