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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38> 둔터댁 애 낳던 일

입력 : 2019-01-03 15:35:49
수정 : 2019-05-10 10:37:55

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38> 둔터댁 애 낳던 일

 


둔터댁 아기를 낳는다. 이번이 세번째다. 첫째가 딸이고 둘째는 고추를 달고 나왔다. 지금이야 산부인과 병원이 천지지만 그때만 해도 병원한번 다녀보지도 못하고 애들을 낳았다. 무슨 생산 공장처럼 폐경이 올 때까지 신음소리를 깨물면서 줄기차게 낳았다. 낳기만 하면 밥벌이는 지들이 알아서 한다. 옛날 꼰대들의 말씀이다.

그날따라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가마솥에 물을 데우고 방으로 짚단이 들여졌다. 산파는 옆집의 모촌댁이 들어갔다. 자기도 아들딸 일곱을 낳아서 애 받는 일은 식은죽 먹기였다. 난산이었다. 몇시간 진통과 이가 빠질 정도의 힘을 쓰고 아들을 낳았다. 다리를 잡고 엉덩이를 찰삭 때리자 아이는 커다란 울음을 터트리며 숨을 쉬었다.

지질대로 지친 산모는 아기의 태를 밖으로 빼내지 못하고 기진했다. 수화기를 돌려 전화가 병원으로 연결되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한밤중에 병원으로 실려가다가 눈을 감았다. 어째야쓰까? 모두가 혀를 차고 눈물을 흘렸다. 쌓인 눈을 헤치고 관이 땅속에 묻힐때 까마귀도 함께 울었다.

그아들 영호는 젖동냥에 미음과 맘죽으로 살아났다. 낳기만하면 지 밥벌이 한다는 말이 맞았다. 어려서 고향을 떠났다. 아버지도 새장가를 들어 서울서 잘 산다는 풍문만 돌았다. 그집 담벼락은 무너진지 오래고 서까래는 거미줄이 가득하다. 비둘기도 추워 대숲으로 모여드는 밤 사랑방에 모여앉아 민화투라도 치고 있었을까? 갑자기 사십년 전쯤의 일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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