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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 3지구 공사현장을 떠도는 유기견들, 보호소에서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순둥이를 입양해주세요"

입력 : 2021-01-28 13:21:47
수정 : 2021-01-29 03:19:45

운정 3지구 공사현장을 떠도는 유기견들, 보호소에서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순둥이를 입양해주세요"

- 용인시는 동물보호센터 직영으로 안락사율 3%로 낮춰

- 두일마을 사람들, 유기견 안락사 될까봐 전전긍긍

 

 

유기견에게 밥 주는 두일 마을 사람들

아이 엄마 이름대신 키우는 애견, 애묘 이름으로 통한다

  심학산 자락의 전원마을 단지인 두일 마을에는 동물보호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다. 거의 대부분 애견, 애묘가 있다. 어느 집에선 유기묘 20마리를 제 가족같이 보호하시는 분도 있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각자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시의 도움 없이 유기묘의 중성화 수술을 30여건 진행하기도 한 마을이다. “이곳에선 아이 엄마 이름대신 각자 기르는 애견이나 애묘이름으로 상대를 부른다고 한다. "예를 들면 타라네, 짱구네, 별이네로 통한다며 동물사랑마을 분위기를 전한다. 그들을 따라 그들이 유기견 들에게 밥을 준다는 현장을 따라나섰다.

 

 

▲김정심씨가 밥을 주고 있다

 

파주 운정3지구 공사현장에 사는 유기견들

누렁아~ 흰둥아~ 까망아~ 그녀들의 애절한 목소리가 운정 3지구 아파트 공사현장에 울려 퍼진다. 멀리서 개 한 마리가 막 조성중인 아파트정원 저편에서 불쑥 모습을 보이며 조금씩 다가온다. 흰둥이다. 파주 두일 마을에 사는 김정심씨와 그의 든든한 동참자들을 반기는 듯했다. 흰둥이가 나타나고 정심씨가 개 간식을 던져주자 멀리서 검은색의 개 한 마리가 순간 이쪽을 응시하더니 재빨리 다가온다. 까망이다. 두 마리의 개에게 사료를 먹이는 세 사람의 손길이 바빠진다.

10분쯤 지났을까 누렁이 3마리가 모습을 보인다. 이내 흰둥이는 물러나고 누렁이들 차례가 된듯하다. 그러나 맛있는 간식을 앞에 두고도 덮석 달려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렇게 조심스러운 건 유기견들이 그간 적지 않은 트라우마를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세 사람이 만난 유기견은 모두 5마리. 원래 6마리가 이 지역에 사는데 한 마리가 잠시 보였다가 사라졌다. “이곳에 매일 와서 밥을 주고 있는데도 경계를 잘 풀지 않는다고 말하는 정심씨. 그녀에게 이 동네 유기견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유기견에 대해 가슴 저리도록 짠한 느낌을 갖게 된 것은 작년 년 말에 유기견의 사체를 보고나서 부터다. 대화중간에 울컥 눈물을 쏟아낸 그녀의 이야기는 이랬다.

 

올무에 걸려 죽은 어느 하얀 진돗개

작년 1229일 정심 씨는 하얀 진돗개 성견(어른 개)이 교하15단지 헤르만하우스 타운하우스앞 한 자리에서 꼼짝않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내 유기견이란 생각이 들어 유기견보호단체인 행동하는 동물사랑(이하 행동사)에 신고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아 보호관리가 되지 않았고 다음 날 정심 씨가 찾았을 때 이미 개가 숨져있었다.  개는 올무가 가슴에 걸려있었고 오랫동안 먹지도 못한 채 추위와 공포에 떨다가 그만 죽고 만 것이다. 행동사는 죽은 어미진돗개를 수습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새끼들을 찾아 데리고 갔다. 어미개는 자기 때문에 새끼가 발각될까봐, 본능적으로 죽기전에 새끼에게서 떨어져있었던 것이다. 체를 보는 순간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웠어요. 누군가 올무만 놓지 않았어도 죽지는 않았을 거에요라고 말한 그녀는 그 일이 있고난 후 유기견에 대한 보호의식이 커졌다.

그리고 어느 추운 날 파주 심학산에 버려진 어린 마티즈 한 마리를 발견, 이번에는 입양을 시켰다. “ 입양을 시키고 나서 소중한 한 생명을 구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산속에서 그대로 유기된 채 있었으면 이 추위에 어떻게 됐을까. 정말 다행이다"고 말한 정심씨는 유기견은 무책임과 이기심으로 얼룩진 비인간성의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생명사랑 실천에 감동했더니, "그냥 보면 누구라도 하게됩니다.다쳐서 피를 흘리며 사람에게 겁에 잔뜩 질려 극도의 경계심으로 똘똘 뭉쳐있는듯 보이지만 먹을걸 주면 또 경계를 풀고 꼬리흔들며 다가오는 순진한 아이들입니다."라며 선입관없이 유기견을 바라봐주기를 부탁했다. 

 

 

▲ 새끼를 떠나지 못해 잡혀간 순둥이.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되기에 애견맘들이 애태우고 있다.

 

새끼 때문에 잡혀간 순둥이, 안락사 위험에 처해있다.

정심씨는 이어 공사장 눈밭에 새끼 한 마리와 같이 앉아있는 어미사진을 보여주었다. “원래 5마리 새끼를 낳아 키우던 개였는데 어느 날 가보니 4마리는 사라지고 없었어요. 어미 개는 나머지 한 마리와 사라진 새끼로 생각한 죽은 고양이 마져 품에 안고 눈발이 날리는 공사장 한가운데서 꿈적 않고 있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잡혀갔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애절하다. 포획당하는 과정에서 다른 개들은 다 도망갔지만 새끼 때문에 움직이질 않아 순순히 잡혀간 순둥이가 안락사 당할까봐 걱정이 태산같다. 곧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순둥이는 죽는다.

운정 3지구는 원래 작은 마을들이 있었던 자리였다. 공동묘지가 있었고 관리인이 키우던 여러 마리의 개가 있었다. 또 이곳에는 고물상과 드문드문 집들도 있었고 개나 고양이들도 주인과 함께 이곳에서 살았었다. 그러다가 이곳이 운정 3지구로 바뀌자 땅을 팔고 이곳을 떠나면서 일부주민들이 기르던 개나 고양이를 유기했다. 운정 3지구를 비롯한 심학산 자락 주변에서 유기견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이유다.

 

유기견들에게 닥치는 세 가지 트라우마

유기견들은 최소한 세 가지 커다란 트라우마를 겪는다. 첫 번째 충실히 따르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충격과 둘째로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데서 오는 고통 셋째 유기견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인간들에 의한 생명위협이다. 사실상 유기견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세 번째 사항이다. 이미 두 가지 큰 트라우마에 빠져있는 유기견들을 학대하고 공격하고 심지어는 잡아먹는 인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잔인하고 무서운 게 인간 이더라고 말한 정심 씨는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 개를 학대하고 죽이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머리를 젓는다.

 

▲매일 밥을 주어도 경계를 쉽게 풀지 않는다.

 

유기견을 키워 잡아먹는 사람들

보호소 봉사자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밝힌 정심 씨는 공사현장의 인부들이 조그만 새끼유기견이 있으면 데려다가 묶어 놓고 자기들이 먹다 남은 음식들을 주어서 키운다. 그러다가 한 6개월이나 1년 후 공사기간이 끝나면 개를 잡아먹는 경우가 많다고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설령 잡아먹지 않는다 해도 유기견을 보면 돌을 던지거나 막대기로 때리는 등 잔혹행위는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혹 그렇지는 않더라도 유기견을 보면 이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유기견을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주변에 유기견이 보이면 파주시청에 재빠르게 신고를 한다. 신고 받은 파주시청은 유기견을 포획해 보호소에 위탁한다.

 

위탁된 유기견 10일 지나면 안락사 처리하는 파주시

위탁된 유기견들은 약 10일 동안 주인을 기다리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처리된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고통스런 생존을 이어가다 신고되면 시한부 생명을 살다 가는 게 대부분 파주지역 유기견들의 비극적 결말이다. “새끼들은 그나마 입양이 잘된다. 대신 성견은 입양자가 적어 안락사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 그녀는 코로나 사태로 성견안락사율이 많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성견의 경우는 해외로 입양시키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코로나로 여행객들이 없어 입양견을 데려갈 사람이 없다고 말한 정심 씨는 위탁보호소가 요즘 유기견을 더 이상 수용할 공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걱정했다.

 

▲ 유기견들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용인시 동물보호센터 직영으로 안락사율 3%로 낮추다

용인시의 경우에는 용인시동물보호센터를 시에서 직접 설치 운영하고 있다. 시설도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고 유기견 무료입양을 돕는 여러 가지 정보들이 홈피에 잘 정리되어 있다.

20171월 개소이후 매년 약 120여 마리의 유기견, 유기묘를 입양시키고 있으며 입양율 67%, 최후안락사율은 3%에 불과하다. 이곳에서는 10일이 넘는다고 바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 용인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는 최후의 카드일 뿐이다. 수의사가 상주하고 있으며 입양을 보내기 전 중성화 수술을 지원한다, 수술비용 때문에 입양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고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유기견, 유기묘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도 용인시 같이 동물보호센터 직영해야

유기견과 유기묘가 많은 파주시의 경우 용인시 같이 시에서 직영하는 동물보호소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 정심 씨는 사실 얘네 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아파트 택지를 조성하면서 발생하는 유기동물문제는 일차적으로 파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며 목소리를 높혔다. “유기견들이 신고되어 안락사 되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거라면 차라리 게네들이 밖에서 그대로 살다가 제명에 죽는 게 낫다며 슬픈 현실 앞에서 그녀는 오열했다.

 

▲ 유기견에게 매일 밥주는 두일마을 주민들

 

파주시 동물자원과 직영필요성 인정하나 예산문제 걸려

이에 관련해 파주시 동물자원과의 김재만 팀장은 파주시에서도 시 직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라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고 검토할 사항임에는 틀림없다고 밝혔다.

해가 심학산 저편으로 넘어갈 무렵, 앞 집 정원 담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나를 응시하는 눈빛이 강렬하다. 오버 랩되며 아까 못 미더운 눈길로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개들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 밤 이들은 어디서 잠을 잘까? 그들을 버렸던 주인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이제라도 주인이 자기를 찾아온다면 그간의 고통을 다 잊고 꼬리치며 환호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그들을 버린 주인들이 더 미워졌다.

 

순둥이 입양관련 연락처: 파주시 동물자원과 031 940 4824

공고번호 파주 2021-00026

 

김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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