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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위원 천호균 · 가수 이승환의 세월호 200일 대담

입력 : 2014-11-20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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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는 것’이 불씨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파주 헤이리를 찾았다. 시사인 특집(11월 8일 373호)에 실린 기사를 우리 「파주에서」와 공유하기로 하여 이번 호 ‘이슈’에 싣는다. 지면관계상 생략된 부분이 있음을 양해바라며, 지면을 빌어 시사인에게 감사드린다.   



세대와 성향, 하는 일이 다른 두 사람이 세월호 문제만은 따로 또 같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이승환씨는 세월호 행사 무대에 두 번이나 섰고, 천 대표는 세월호 1인 시위를 벌였다. 둘 다 세월호 동조 단식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에게 세월호 문제에 적극 나서게 된 이유를 물었다.



 



주진우(주) 두 분은 굳이‘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까지 해야 했나?



천호균(천) 광화문에서 하루를 같이했고, 파주에서는 두 달쯤 시민 단식 릴레이가 있었다. 예술인들, 협동조합 회원, 파주에서 지역신문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단식을 네 번인가 했다. 나이 든 사람은 쉽지가 않더라. 건강검진을 받기 전에 금식하는 건 기분이 나빴는데, 이건 스스로 결정하니 그렇진 않았다.



이승환(이) 유민 아버지 김영오씨의 몸이 완전히 돌아오려면 3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남겨진 가족들과 따뜻한 밥이라도 먹게 해주는 게 우리 사회의 도리인데…. 단식 후 보식은 잘 하셨는지 모르겠다. 저는 딱 3일 단식했는데 보식을 안 했더니 후유증이 좀 있는 것 같다. 단식 후 이틀 뒤 술을 마셨더니 바늘로 찌르는 듯 배가 아팠다. 잘못될까 봐 깜짝 놀랐는데 이제는 괜찮다.



(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실 성장의 원흉이다. 사업한다고 돈만 생각하고, 애들한테 착한 교육도 안 시키고. 그동안 경험한 아픔이 많은데 세월호 참사가 유난히 혹독한 것 같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장에서 가라앉고, 수습이 안 되고, 구조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나니까. 쿠데타가 일어나고,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것도 봤지만. 이것은 특이한 경우다.



(이) 상식을 이야기해도 사람이 한쪽으로 쏠렸다고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다. 괜찮으신가? 나는 이미 ‘커밍아웃’을 해서 상관이 없지만(웃음).



(천) 파주 헤이리에 예술인이 많다. 그동안 남의 일에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세월호 일에는 다들 같이 나섰다.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들이 있다. 파주 같은 경우에는 ‘삐라’로 인해 보수 인사들이 이제는 평화를 자기 문제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모여서 삐라(전단) 살포를 저지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주) 파주처럼 분단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남북 문제에 대해 주로 보수적인 목소리를 냈는데 이번 대북 전단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천) 세월호와 비슷한 예인 것 같다. 자기 일로 다가오면서 올바름으로 통합됐다. ‘내 자식, 손자 손녀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하는 마음이 든 거다. 그분들의 엄청난 불행을, 시민들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적 통합의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은 통합은커녕 자기네들끼리 싸움만 벌이지 않는가.



(이) 정치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통합을 방해하고 훼방을 놓는 것만 같다.



(천) 이런 불행이 오히려 희망을 향한 길을 열어주고 있다. 비극이 낳은 것 중에 기적 같은 행운이 있다. 비무장지대(DMZ)는 전 세계에서 자연이 가장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이런 큰 불행도 우리를 깨우치게 하는 힘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큰 문제들도 세월호 희생자들이 길을 열어주는 거 아닌가?



(이) 세월호 참사가 난 지 200일이 지났는데 천 대표님은 어떻게든 희망을 보시려는 것 같다. 난 절망이 보이는데. 위정자들에게 남겨진 교훈은 ‘버티면 모든 것은 잊힌다’는 확신이 아닐까. 결국 세월호로 여론을 호도한 것이 성공한 것 아닌가?



(천) 진실은 더디게 밝혀진다는 말이 있다. 파주에서 신문을 만드는 협동조합에서 세월호를 계속 놓치지 말자는 약속을 한다. 전체가 세월호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잊지 말자는 운동은 이어가야 한다. 운동의 불씨를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걸 포기로 보는 것보다는 이어짐에 대한 희망이라 보는 게 맞지 않나.



 



(주) 가수 신해철씨를 보라. 사회적인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낸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문화예술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 인터넷에 유명한 사진이 있지 않나.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딱 그거다. 생각을 하려면 뭔가 계기가 필요한데 자기 일로 다가오지 않으면 아무 생각이 없다. 그들에게도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할 거다. 아무튼 내가 해철이 몫까지 하려고 한다.



(천) 문화예술의 본질은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숨은 진실을 발굴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거다. 그런데 엄청난 자본주의가 밀려오면서 눈을 멀게 하고 있다. 진실을 알리는 게 예술의 의무다.



 



(주) 젊은이들이 SNS에 글을 쓰면 취직이 안 될까 봐 두려워한다. 사회 저변에 스멀스멀 기어들어온, 돈과 힘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이) 영화계는 움직이는데 가요계는 아무 움직임이 없다. 특히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라는 로커들이 아무 생각이 없어서 나도 깜짝 놀랐다. 세월호 이후 영화계에서는 성명도 나왔지만 유독 음악계만 반응이 없었다. 어차피 오버그라운드는 기획사의 입김이 많으니 인디 밴드를 모아서 해보려고 했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자본과 결부된 입김이 작용하는 거다. 뭔가를 이야기할 때 자기 밥줄과 관련됐다는 공포가 이미 시작됐다. 이런 공포가 암암리에 모두의 마음에 내재돼 있다. 하고 싶은데 못하는 마음, 혹은 관심 없음. 두 종류의 마음이 있다.



(천) 아까 말한 불씨가 꺼져가느냐, 남아 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파주라는 보수적인 지역에서도 항상 세월호의 색인 노랑을 쓰자고 말한다. 얼마 전에 오픈한 ‘스페이스 오’라는 갤러리가 있는데 갤러리 안에 들어가면 전부 노란색이다. 이런 게 불씨다. 이런 불씨는 한번 바람이 불면 살아날 수 있다. 



(이) 시민들의 분노가 잊히는 것 같지만 분노의 기억은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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