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⑫ “맨처음 나온 봄부추 남 주지 않아요.”

봄볕은 며느리 가을볕은 시어머니’

얼굴이 구리빛이 되었습니다. 모자를 쓴다고 했지만 흙을 통해 반사되는 빛이 있나 봅니다. ‘봄볕은 며느리 가을볕은 시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봄볕이 강하고 반사되기 좋은 환경, 밭가운데 심어놓은 부추가 시금치와 이웃에 살았다는 이유로 비닐 이불의 혜택을 보았습니다.

부쩍 자라서 밭갈기 전에 캐서 옮길려고 합니다. 일단 잎을 자르고 뿌리도 자르고 포기도 나눕니다. 봄에 맨처음 나온 부추는 절대 남 주지 않는답니다. 겉저리하고 부추전을 부쳤습니다. 겨우내 전 부치기를 하지 않아서인지 호떡처럼 맹글어진 부추전은 결국 강아지와 나눔 했습니다. 부추 뿌리도 탐스러워보여 찌게에 넣어 같이 끓여 먹었습니다.

작년 부추밭은 어찌나 자주 잘라 먹었는지 거의가 죽었습니다. 그자리에 다시 옮겨온 부추를 심고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텃밭에 오시는 회원분중에 칠십이 넘어서도 부추를 자주 먹고 지금도 부부관계가 애틋하다는 분이 계십니다. 부추를 많이 먹읍시다.

뚱딴지 캐다 허리 굳어

뚱딴지 밭을 2년만에 갈아 엎었습니다. 풀 때문에 자라지 못한 뚱딴지가 별로 없습니다. 동네분들 여섯이 동원되어 캐고 줍고 차 끓일 만큼 캐 가시고 나는 건강원에 즙낼 만큼 주웠습니다. 나중에는 허리가 수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 파스 뿌리고 맨소래담 바르고 오백원짜리 동전을 붙였습니다. 신기하게도 무슨 효험이 있었는지 통증은 사라졌습니다. 옛날 할머니 말씀이 생각 났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낫는다.”

먹고살기 힘들수록 더 느긋하게

텃밭 분양이 더디다. 강제로 떠 맡길 수도 없고 모두 먹고살기 힘든 관계로 한가하게 주말농장 이랍시고 땅 파고 풀 뽑을 여유가 없는 게다. 그럴수록 더 느긋하게 여유롭게 살면 되지만 사람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아서 돈을 쫒아 앞으로 전진 중 인가보다. “로또라도 당첨돼야 살지 안 그러면 희망이 없다”는 민중들이 주말이면 명당자리에 줄지어서 뭔가를 산다. 그리고 안타까운 한숨만 쉬어댄다.

#6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