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16> ‘공기밥 천 원’이 자꾸 생각난다. 

입력 : 2017-09-20 15:56:00
수정 : 0000-00-00 00:00:00

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16>

공기밥 천 원이 자꾸 생각난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일 때 깻잎 150장을 수확했다. 파도 한 줌 뽑고 매운 고추도 한 그릇 수확했다. 부추와 애호박을 가져와 부침개를 부쳤다. 냉동실의 돼지고기 목살도 부침개 속으로 빠졌다. 도넛처럼 가운데 구멍을 내줘야 전체가 바삭한 부침개가 된다. 풀 뽑다 수확한 감자도 삶았다. 막걸리 두 잔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깻잎 김치를 담군다. 한 장 한 장 하얀 밥을 김처럼 싸먹으면 간장게장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공기밥 천 원이 자꾸 생각난다. 쌀밥이 귀하디 귀한시절 놋그릇에 고봉으로 담긴 쌀밥을 얼마나 먹고 싶었나. 동네 잔치에서도 밥구경이 힘들었다. 잔치국수에 고명으로 올라온 닭고기 두어 점에도 눈물 날 만큼 황송해 했었지. 미국은 해방이후 남한을 쉽게 지배하기 위해 새마을 사업을 벌이고 남아도는 밀을 우리나라에 보내며 큰 선심정책을 펼친다. 혼분식 장려운동을 벌이며 칼국수와 수제비를 너도나도 배불리 먹게된다.




그때의 밀가루 세대들이 자라 지금 중심세대가 되었다. 밥보다 빵과 면을 더 좋아하고 밥은 떡이나 죽 정도로 변해갈 때 면은 수 백 수 천 가지로 변신해나갔다. 그 귀한 라면은 종류만 해도 수 십 가지다. 막걸리가 오천원이고 냉면이 1만원이 넘어도 공기밥은 천원이다. ~ 쌀이 푸대접을 받는구나. 농민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가격이 폭락하면 시장에 맡기고 가격이 폭등하면 국가가 개입해 수입해 풀고..농민은 봉이다.

밥 한그릇 생산을 해보자. 볍씨를 소독해 못자리를 만들어 기르고, 논에 물을 대고, 논을 갈고, 논두렁을 부치고 모내기를 한다. 몇 차례 풀과 피를 뽑고 방재도 해줘야 한다. 수확하고 건조하고 도정해서야 밥을 해먹을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벼농사는 돌려짓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땅의 농부들은 모두 늙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 떠나면 그 때도 천원짜리 공기밥 가능할까?

깻잎김치에 흰쌀밥 고봉으로 같이 먹자.

#71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