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정연재의 디지털 성범죄 이야기 (4) N번방 뒤의 또 다른 세계 불법도박

입력 : 2021-12-21 06:34:54
수정 : 0000-00-00 00:00:00

정연재의 디지털 성범죄 이야기 (4)

N번방 뒤의 또 다른 세계 불법도박

 

 

대법원 2부는 1014일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의 상고심에서 징역 4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주빈의 형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들에게 조건만남을 해주겠다고 속이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법의 심판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제 잔혹한 디지털 성착취범죄는 사라질까?

국내 최대 성착취 포털이었던 소라넷은 폐쇄됐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검·경은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의 성착취물 공유는 또 다른 공간에서 여전히 들불처럼 전염병처럼 무섭게 번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성착취물을 매개 삼아 사람들을 불법도박의 세계로 이끄는 일까지 벌어진다. 성착취물 사이트의 대부분이 불법도박 사이트와 공생관계에 있다.

소라넷이나 웹하드처럼 국적별 성착취물 카테고리 게시판 사이에 불법도박으로 이끄는 스포츠 카테고리를 넣어 두었고 불법도박 사이트 배너를 붙여놨다.

모 신문사 기자가 취재를 위하여 텔레그램 성착취물 사이트에 이용자로 가장하여 접속한 사례를 보면 사이트 관리자는 우리와 계약한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면 그쪽 운영자에게 잘 말해서 도박 포인트를 챙겨 주겠다. 규정엔 없지만 우리 사이트 포인트를 도박 사이트 포인트로 교환하게 해주겠다. 도박 사이트를 지인에게 소개 시켜주면 포인트를 주겠다. 레벨이 올라가면 영상 다운로드도 가능하다.”라며 제안해 왔다. 스트리밍해서 보는 성착취물을 미끼삼아 불법도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한 뒤 도박 포인트를 쌓으면 불법동영상을 다운로드까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647일 서울지방경찰청은 네델란드와 국제공조 수사를 벌여 현지에 있던 소라넷 핵심 서버를 압수수색해 폐쇄했다. 소라넷은 불법촬영물, 보복성 영상물 등을 공유한 포털로

회원수는 약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5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소라넷의 후예들은

여전히 변함없이 더 지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박 사이트, 성인 사이트, 업소 사이트, 웹툰 사이트 등 불법 사이트의 도메인 주소 속에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의 이름과 도메인 주소를 넣어 놓았다. 도메인 주소를 타고 들어가면 수십 개의 유사 소라넷 사이트가 있다.

불법으로 촬영 된 사진, 동영상 등 온갖 불법영상이 카테고리화 되어 있는 이곳에 눈길을 끄는 것은 불법도박 배너 광고다.

성착취 영상 사이사이에 도박관련 주소를 뿌려서 성착취 영상을 보려는 사람 중에 더 쎈 자극을 찾는 이들을 도박 사이트로 넘어 오게 하는 쉽고 잘 통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들은 철통보안과 이용자의 안전, 사이트의 자금력 등을 광고 문구로 내세우며 활동하고 있다.

성착취물과 불법도박 산업의 긴밀한 공생관계는 판결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20187월 청주지법에서는 파일 공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성용 화장실을 불법 촬영한 영상을 도박 사이트 홍보 글과 함께 게재하고 불법도박 사이트 윤영자로부터 사이트를 홍보해 회원 가입을 성사 시키면 1명당 5천원에서 1만원을 받기로 하고 도박 사이트 홍보 문구가 들어 가도록 편집한 성착취 영상을 게시해 150여만원을 챙긴 A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도박개장 방조 등의 혐의로 징역 1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불법 촬영물을 제공하고 도박 포인트를 대가로 받은 사례도 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은 2018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공갈미수,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에게 징역 16개월을 선고 했다.

B20172월부터 3월까지 SNS오픈 채팅방에 접속해 청소년 성착취 사진과 영상 39편을 유포하고 이익금으로 일일 4만원에 상당하는 도박 포인트를 대가로 받았다.

 

불법 도박 사이트는 성착취물 사이트와 연계 공생할 뿐 아니라 해킹을 통해서도 불법 동영상을 구입한다.

C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보고 헤어진 남자친구를 의심 했으나 그는 죽어도 아니라며 경찰에 신고 하자고 하였고 C는 수치심과 고통을 무릎쓰고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 남자친구의 말대로 그가 유출한 것이 아니었다. 연애시절 두 사람이 공유하던 포털 사이트의 클라우드가 중국의 한 조직에 의해 해킹 됐다고 했다. 그 영상만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사진과 영상이 함께 해킹됐고 이 자료는 불법도박 사이트에 경품으로 올라갔다. C의 영상과 사진을 불법도박 사이트에 올린 범인은 공범 5명과 함께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던 조OO이였다. OO은 중국 해킹 조직으로부터 국내 유명 포털사이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사들여 사진과 영상 파일 3620, 용량으로는 8.2기가바이트를 탈취했다. 이 일로 조OO은 서울고법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OO은 이미 한 번 징역형을 산 적이 있는 인물이다. 아동·청소년이 포함된 피해자들을 협박해 나체 사진 등을 찍게 하고

이를 SNS에 유포 했다가 2017년에 징역 16개월을 선고 받아 복역했다. 성착취 범죄자들에게 찍어 내듯 ‘16개월형을 선고하는 법원의 관행이 조OO과 같은 진화형 성착취범을 낳은 것이다.

C의 영상은 여러 텔레그램 성착취 방에서도 홍보용으로 쓰였다.

박사방 공동 운영자였던 미성년자인 태평양 이OO’C의 영상을 적극 활용한 범인 중 한명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태평양 원정대방에서 C의 영상을 경품으로 내걸고 도박 사이트 홍보 멘트만 복사해 퍼뜨려도 희귀영상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불법도박 사이트 회원가입, 도박 자금 충전, 회원 등급에 따라 더 희귀영상을 보내주는 방식의 영업은 지금도 은밀하게 성행되고 있다.

오늗도 불법도박 총판들은 성착취를 도구 삼아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내일도 일어날 성범죄로 피해자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대화방과 사이트를 철저히 단속한다고 해도 수익원이 있고 소비계층이 존재하는 한 모양만 달리할 뿐 디지털 성범죄는 지속되고 진화 할 것이다.
 

디지털성범죄예방전문가 정연재


#132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