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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획] 우리는 놀이, 터로 간다 (8) 파주 출판 단지에서 ‘놀이터’와 ‘달’을 찾다

입력 : 2017-06-15 0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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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아본 아이가 행복을 안다

아이들이 진짜 잘 놀 수 있도록 돕는 놀이 전문가 편해문 선생님은 말한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하루를 쓴다고. 잘 놀아본 아이라야 행복을 알고, 행복을 찾을 줄 안다고....

이 말은 어려서 즐겁게 놀았던 행복한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을 끌고 가는, 결코 바닥나지 않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는 뜻은 아닐까.

어렸을 때는 몸도 마음도 가벼워서인지 구름사다리에서 팔을 앞뒤로 옮기며 이쪽에서 저 쪽 끝으로 가는 걸 즐겨했다. 이 구름사다리 놀이는 손바닥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거의 달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몸과 마음 그리고 중력이 자꾸 끌어당겨서인지 한 칸도 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저 이제는 아이들이 구름사다리 놀이를 할 때 떨어지지 않도록 엉덩이나 받쳐주는 어른이 되어 있다.


▲ 보리출판사앞에 만든 개똥이네 그물놀이터

 

‘또래 세계’가 손톱만 해져 버린 요즘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놀까? 마당과 골목과 동무를 잃어버려 자신들의 세계는 손바닥만 하게 작아졌고,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가 아이들 세계에 깊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 또래 세계와 놀이터는 부모가 정해 주거나, 돈을 주고 사거나,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차지해 버렸다. 부모에게 너무 의지하며 자라고, 또 조금 더 자라면 컴퓨터에 빠져버린다. 어른들은 아이들끼리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놀기도 전에 배움과 지식이라는 명목 하에 너무 많이 가르치려한다.

놀이와 게임은 다르다. 요즘 도서관이나 지역사회에서 개최하는 전래놀이, 민속놀이도 결국엔 어른들이 만든 일시적인 게임이나 레크리에이션이라는 것은 단박에 드러난다. 아이들을 많이 불러 모아 들썩들썩 거리다 시간 맞춰 끝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릴 때까지 알아서 놀 수 있도록 해 줘야, 아이들의 ‘또래 문화’가 자라나는데 아이들에게 이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아이들끼리 웃고 떠들고 어울리면서 오고가는 것이 가장 훌륭한 놀이라는 것을 어른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해버리기 일쑤이다.

 

▲ 달빛걷기에 앞서 유창석한의사가 보름달과 몸, 혈자리에 대애 말하다.


▲ 산남습지 달빛걷기를 하고 텔레토비동산에서 즐거워하는 아이

파주출판도시에 놀이터를 만들어볼까?

파주출판도시는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산남동, 서패동, 신촌동 일대에 조성된 출판, 인쇄, 디자인, 출판유통 등의 기업이 모여 있는 국가산업단지로 문화체육관광부 관리 관하에 있다. 매년 봄에 어린이 책 잔치, 매년 가을에 파주 북소리 행사가 열리며,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 메가박스, 롯데 프레미엄 아울렛과 출판사 직영 북카페, 헌책방, 갤러리 등이 있다.

심학산이 바로 옆에 있고, 출판단지 가운데로 말그대로 생태하천이 흐르고 있다. 보리출판사 옆에는 산남습지공원이 있고, 바로 옆에 텔레토비 동산이 있어 아이들이 잔디에서 뒹굴며 놀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공간이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주말에만 사람들이 들고나고, 또 저녁에 되면 사람의 숨결이 안느껴지는 공간.

이에 파주출판단지를 재미나게 바꿔보자는 모임이 시작되었다.


▲ 끈으로 만든 세계가 모두를 즐겁게 한다.

‘너 보리 놀이터 가봤니?’‘달빛 걷기 해봤니?’

그 첫걸음은 보리출판사 마당에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구조물을 세우고, 그네 그물 밧줄 등이 있는 놀이터로 바꾸어 아이들이 놀러오게 하는 것이었다. 누구에게 그냥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보자!

그래서 PaTi 생활기술과 놀이멋짓연구소 김성원 선생과 밧줄놀이 지도사 김창호님이 PaTi 학생들과 보리책놀이터 식구들과 함께 놀이터를 만들었다. 철골조에 묶어놓은 밧줄 몇 개가 풍경을 바꾸었다. 아이들은 매달리고, 어른들은 밧줄꾸러미 위에 들어누워 하늘을 보았다. 이 놀이터를 보러 일부러 보리출판사를 찾는 이도 있었다 한다.

또 하나. 매월 보름밤이면 달빛걷기행사를 하기로 했다. 단조로운 생활 패턴에서 무뎌진 인체의 오감을 자극하여 새롭게 감각해보자는 뜻으로, 달 빛을 벗삼아 출판도시를 걷는 것이다.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감각으로 출판도시를 맛보는 달빛걷기. 6월 9일 첫 모임에서 산남습지를 돌며 ‘스토로베리문’(평소와 달리 붉은 빛을 띤 달)을 감상했다. ‘보리책 놀이터’와 ‘봄동 한의원’ 그리고 ‘파주에서’가 함께 걸었다.

밤 9시 환하게 밝은 달의 기운을 마음껏 누리며 텔레토비동산에서 아이들은 실컷 뛰어놀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달빛걷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더할 수 없이 좋은 밤놀이 문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달빛 아래에서 상상했다. 출판단지에 자전거 투어를 할 수 있으면...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생기면 어떨까? 자전거로 출판사와 출판사 사이 길도 달리고, 가벼운 산책도 하고, 출판사 앞의 잘 가꿔진 화단과 놀이터에서 즐기고....차가 다니지 않는 출판도시 중앙로에서 우리 아이들이 보드를 타고 크게 외치는 소리도 상상해보았다.

“야호~” 

  

놀이터 소개꾼 노은경 (만화가•다둥맘•2부 편집위원)

 

#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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