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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아티스트 킴샘의 행복한 상상 (6)  청소년들에게 여백이 있는 하루를 선물하자 

입력 : 2018-06-29 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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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여섯 번 째]

아티스트 킴샘의 행복한 상상

 

청소년들에게 여백이 있는 하루를 선물하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독서실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나 또한 그랬고 40대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야 촘촘하게 계획된 하루의 일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뭐든 최선을 다해야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은 어릴 때부터 들어온 대표적인 생활신조, 좌우명이었다.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것이 과연 중요한 것일까? 그냥 나태하게 살면 안 될까? 최고가 아니면 안 될까? 이런 질문을 20대 청년들이 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노멀크러시라는 제목으로 9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다. 보통에 반하다는 뜻으로 20대가 많이 쓰는 신조어다. 최고가 아닌 보통의 존재이면 안 되냐는 어찌 보면 발칙한 도전이기도 하다. 내 작업실에 있는 일상의 물건들을 전시장에 가져다 두고 물건들을 관람객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게 했고 심지어 석고상은 파괴되어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런 자유로움과 도전이 내가 바라던 전시의 완성이었는지도 모른다.

 

10년간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쳐 오며 최근 몇 년은 진로·진학에 도움이 되는 미술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들이 내게 종종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미술시간이니까 수업시간에 안자는 거예요. 잠깐 조는 건 봐주세요.” 하루 종일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유일한 자유시간은 미술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과 독서실에서는 공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학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학교의 붕괴를 목격해 온 나는 그래도 학교에서 미술과목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 내가 학교에 있어야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상상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기 초 마다 생각했던 교사의 상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그러나 1년 동안 이런 저런 학생들을 겪고 나면, 년 말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지 말고 어미 새가 되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괴로워한다. 모두를 끌고 갈수 없다면 잘하는 학생, 잘 따라오는 학생들에게 더욱 신경을 쓰라는 의미이다. 10년간 학교에서 근무하며 이런 것이 항상 고민이었다. 년차가 많아 질수 록 내게 생긴 노하우, 경력의 지혜는 자유로운 미술시간,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것, 학교라는 공간에서 서로 공존하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나는 5년 정도 진로를 찾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10컷 만화 그리기를 수행평가로 해왔다.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낯설어한다.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인데 익숙하지 않다. 우리 어른들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고 레벨이 좋은 대학을 들어가서 대기업에 입사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가르쳐온 것은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고 이제는 지식과 정보를 잘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을 요구하고 있지만 부모들과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주도적일 것이다. 우리는 시대의 변화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16분이면 갈수 있는 진공열차가 개발되고 있고 드론으로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경쟁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몇이나 될까? 학생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가정에서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시간이면 어떨까? 시대의 변화에 맞게 학생들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하루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촘촘하게 꽉차있는 그림이 아닌 여백이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떨까? 하루 중에 잠시 쉴 수 있는 여유, 파란 하늘과 초록색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하루를 부모와 교사가 만들어 주자.

 

 김성대는 고등학교 미술교사로 근무 중이며 9번의 미술개인전을 열었다. 최근에는 학부모 상담을 위한 <아티스트킴샘> 유튜브 방송과 <비전플러스아카데미> NAVER CAFE를 운영하고 있으며 평생교육과 대안교육을 지향하는 마을공동체 우리마을예술학교 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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