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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④ 삼봉산 산나물과 장단콩 두부가 부르는 초리연

입력 : 2014-11-20 15:24:00
수정 : 0000-00-00 00:00:00

 



 



 “초리골은 골짜기가 17개야. 풀초 마을리.” 



법원읍 초리골 안쪽에 그림같은 초리연이 있다. 한식당이다. 이 집에서 식사를 하면 삼봉산이 코 앞으로 다가온다. 



 



 



전직 체육교사가 운영하는 한정식집



이 집의 주인은 문산여고 체육교사를 하다 명예퇴직한 후 식당을 운영하는 우민제(62세)씨이다. 우민제씨는 파주시 체육의 산 증인이자 역사나 다름없다. 문산여고에서 육상부를 만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니 학교사택에서 부인이 아이들을 위해 밥을 지었다. 그때부터 치면 40여 년을 밥을 지어온 셈이다. 



  그렇게 오로지 아이들 체육지도만 하다가 어느날 학교사택에서 나오게 되었다. “학교 사옥에 살았잖아. 애들만 신경 쓰고. 20년이 넘었는데 갑자기 나가라는 거야. 어떡해. 우리 애들 컸는데. 아들이 군대 갈 무렵인데. 저 밑에 산속. 새로 생긴 초계탕집 뒤 계곡에서 컨테이너 가져다 놓고 살았어. 컨테이너 2개, 3개 갖다놓고. 개울물에서 세수하고. 거기서 개울물에서 야채 씻고. 마누라가 그렇게 하면서 한식 자격증 딴 거야.”  



 





콘테이너 생활하다 한옥을 지어 식당으로



7년 동안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다 집을 지었다. 한옥으로. 체육교사 베짱이 아니었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었다. “학교 그만둔 지 얼마 안 되서 선후배 의리가 있어서 돈 품을 해줬지. 100만 원, 200만 원, 몇 십만 원씩 보태줬어.” 형님 네 분이 도와주고, 선후배 친구들이 도와서 이룬 성취이다. 처음 집을 지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머리 깍고 스님 하려’는 줄 알았단다. 산 중턱에 삼봉산을 마주하고 의젓이 서 있는 집의 풍채를 보면 그리 오해할 만도 하다. 



  이 집 초리연은 직접 만든 두부와 제철 나물이 특색이다. 나물은 우민제씨가 초리골을 매일 돌면서 채취한 것이다. “요즘에 버섯을 따지. 뽕나무 버섯이라든가, 오동나무 죽은데, 아까시나무에서… 미루나무에서 자란 느타리는 향이 기가 막히지.”



 





장단콩으로 직접 만든 두부가 일품



버섯전골 냄새가 솔솔 나는 밥상에서, 장단콩으로 직접 만든 두부를 먼저 집어 입안에 넣었다. 고소함으로 입을 채우고 나서 다시 간장에 찍어 먹어 보았다. 고소함이 더 진해진다. 두부보쌈 접시에는 고기보다 두부가 더 적다. 장단콩으로 직접 만드는 두부이니, 고기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뉴도 고기보쌈이 아니라 두부보쌈이다.    



우민제씨는 매일 나물일기를 쓴다. “오늘 같으면 5시 일어나서 다래순을 한 가마와 한 바구니를 더 땄다. 오늘은 오이순을 땄다. 그렇게 써요. 쓴 지는 얼마 안 되었어요. 누군가 배웠으면 하는데.” 우민제씨는 매일 산을 탄다. 산에서 고마운 양식을 얻어 온다.



 





“봄 되면 말도 못해요. 



 오이순, 우산대, 미역취, 광대싸리”



 



 “봄 되면 말도 못해요. 흔히 아는 사람들이 다래순과 광대싸리는 알아. 광대싸리는 맨 마지막에 따는 거야. 근데 그 전에 나오는 오이순, 우산대, 미역취 이런 거는 그 시기 놓치면 못 뜯는 거야. 오늘 뽕잎이잖아. 언제 오면 미역취가 나오고… 매번 나물이 바뀌지.” 대화를 하면서 산에서 그 파릇파릇한 나물을 만날 때 같은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살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허허 웃는다. 다른 사람 보증 서 주었다가 잃은 땅 5만이 바로 이곳 초리골에 있다. 땅을 잃었지만, 그 땅에서 살고 있으니 누리고 있는 건 바로 자신이라며 초연한 모습이다. 사람은 자기가 사는 자연을 닮는다 했다. 초리골에서 자연에 감사하며 사는 우민제씨야말로 초리연 음식 맛의 기본 양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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